세포의 탄생과 소멸에서 읽는 인간의 가능성과 관계
과학·일상·불교를 잇는 삼중 구조의 서술 방식
“닫힌 삶이 아니라 잠시 접힌 가능성”이라는 통찰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포였다
배수경 지음
담앤북스
18,000원
30년 넘게 세포를 연구해온 과학자의 시선은 현미경을 넘어 삶으로 향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세포였다』는 생명의 가장 작은 단위인 세포를 통해 인간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세포 안에 이미 생로병사의 전 과정이 담겨 있다는 전제 아래, 과학과 인문, 불교적 사유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책은 생(生)·노(老)·병(病)·사(死) 네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은 과학적 설명에서 출발해 일상의 풍경을 거쳐 불교적 해석으로 이어진다. 줄기세포와 유전자, 노화와 면역, 질병과 죽음에 이르는 생명과학의 주요 주제들이 우리의 하루와 맞닿아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해를 넘어 ‘납득’으로 이끄는 구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가능성에 대한 해석이다. 줄기세포처럼 인간 역시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미 분화된 세포도 조건에 따라 유연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삶 역시 닫힌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를 불교의 연기 개념과 연결하며 존재의 변화 가능성을 강조한다.
세포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계의 의미도 짚는다. 수십조 개 세포의 상호작용처럼 인간의 삶 역시 관계 속에서만 성립한다는 것이다. 죽음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세포의 소멸이 생명의 일부이듯, 죽음 역시 삶의 연장선에 놓인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 책의 강점은 복잡한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깊이를 잃지 않는다. 세포를 오래 들여다본 과학자의 시선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을 향한다. 정체된 일상 속에서 변화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변화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생명이 본래 지닌 방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