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진우 스님 "세간과 출세간 경계 허문 자유인" 추도
연기법적 지혜로 사회 구조적 고통 해결에 앞장선 생애 기려
마석 민주열사묘역에 유해 안장하며 사바세계 일정 회향
 |
| ▲ 명진 스님 49재 및 대종사 추서식이 봉은사에서 열렸다. |
대한불교조계종은 2026년 10월 9일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전 주지 명진 스님의 49재 막재를 봉행하고 종단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를 추서했다.
이날 법회는 출가 수행자이자 사회 운동가로서 연기법(緣起法)의 지혜를 현실에 구현하고자 했던 고인의 삶을 반추하는 자리로 마련했다.
막재는 조계종 어산종장 덕산 스님의 집전 아래 행장 소개와 대종사 추서식, 종사영반, 내빈 헌화, 조사 낭독 순으로 거행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정문 스님은 지난 6일 종단 법계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종사 법계증과 25조 가사, 휘장을 영단에 올렸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상좌 선용 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각각 헌향과 헌다를 올리고 넋을 기렸다.
 |
| ▲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대종사 법계증과 가사를 봉정하고 추도사를 했다. |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도사에서 파격과 자비를 동시에 실천한 고인의 생애를 추모했다. 진우 스님은 “스님의 일생은 어떤 잣대로도 잴 수 없는 격외(格外)의 시(詩)였고, 세간과 출세간의 경계를 허문 자유인의 걸음”이라며 “불의 앞에서는 추상같은 사자후로 일주문 밖을 흔드는 죽비였으나, 고통받는 이웃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한 그늘이 되어 주셨다”고 애도했다.
뒤이어 월정사 한주 현기 스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김용옥 철학자, 황남수 전 봉은사 신도회장이 조사를 낭독했고, 소리꾼 이이화와 홍승희가 조가 ‘무상게’를 부르며 애도의 뜻을 더했다.
1974년 법주사에서 사미계를 수계한 명진 스님은 일체중생이 불성을 지닌 평등한 생명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중생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 사건의 표면이 아닌 근본 원인을 탐구하며, 개인의 고통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확장해 분석했다. 특히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는 늘 중도적 지혜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
| ▲스님의 법구는 마석 민주열사묘역에 안장됐다. |
봉은사에서 49재를 마친 뒤, 오후 3시부터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유해 안장식을 열었다. 백기완노나메기재단과 시민사회가 주도한 ‘새긴돌 놓는 날’ 행사를 끝으로 명진 스님은 사바세계에서의 모든 일정을 회향했다.
다음은 이날 봉은사 법왕루 청중을 감동케 한 월정사 한주 현기 스님의 조문 전문이다.
■ 명진 스님 49재 제문
조계 일적수가 흘러 내려와
제주에 화엄 바다를 만들었습니다
속리산 법주의 단풍잎 한 잎 떠내려와 법화의
파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달마는 단풍잎으로 파도를 타고 서쪽으로 되돌아갔고
혜능의 발우는 종로에서 도둑맞았습니다
당신께서 돌고래로 아침 저녁으로 헤엄쳐 다니던
그 바닷길
달마의 무심은 예래포구 범섬으로 앉아 있고
혜능의 무념은 섶섬으로 갈매기 풀풀 날리고 있습니다
그 무념의 바다에 그 무심의 바다에서 뭍을 바라다보면
희견보살이 일체 어언다라니로
哭을 하며 산문 앞에서 젯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을 꺾어 진수를 올리고
계곡을 불러 잔을 올려도
당신은 자취가 없습니다
상주 자리는 비어있고 와야 할 문상객은
아직 당도하지 않았습니다
달마는 돌아올 줄 모르고 육조는 거리를 배회합니다
오늘 당신의 49재는 당신의 천도재가 아니라
조계종의 천도재가 되어야 합니다
아니 오늘의 천도재는 조계종의 천도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천도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문상객도 아니요
상주도 아닌 부활의 靈客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은 명진 당신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靈駕가 되셨으니
산을 불러 헌식케 하고
강물에 빠진 달을 불러내어 시식케 합니다
지금
당신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돌고래 한 마리가 위패 속에서 나와 금강경 한 줄 물고
용궁으로 떠남을 봅니다
그 흔한 거짓과 위선의 열반송 없이도
예래포구는 평화롭습니다.
이제 떠남이 있다면 다신 오욕의 인종세계
돌아보지 마소서
다시는 이 도적궁에 돌아오지 마소서
아 明의 바다여 빛의 바다여
아 盡의 바다여 다함 없는 생멸의 바다여
명진! 명진! 다시 볼 수 없는 슬픔의 바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