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겨레 종교전문기자 조현, 41명 수행자 삶 담은 『은둔』으로 발제
의례와 권위 넘어 자기 성찰과 해탈 추구하는 사문불교의 의미 조명
불교는 무엇으로 불교다울 수 있을까. 경전을 읽고 의례를 행하는 것만으로 불교의 본래 정신을 온전히 이어갈 수 있을까. 욕망과 집착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성찰하며 깨달음의 길을 걷는 수행자의 삶에서 그 답을 찾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불교평론 편집위원회와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공동 주관하는 제144회 열린논단이 오는 10월 22일 오후 5시 서울 동국대 동창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논단의 주제는 ‘수행자의 얼굴’이다. 발제는 수십 년간 한국 불교의 수행자들을 취재해온 조현 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가 맡는다. 조 전 기자는 최근 자신이 만난 수행자 41명의 삶과 구도 여정을 담은 책 『은둔』(불광출판사)을 펴냈다.
이번 논단은 책에 담긴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교의 정체성과 수행 전통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자리다. 오늘날 불교가 본래의 고유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수행자의 삶이 현대 사회와 종교에 어떤 물음을 던지는지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불교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고대 인도의 두 종교 전통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제사와 의례를 통해 신과 인간을 매개한 정통 사제 집단 ‘브라흐마나’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종교 질서에서 벗어나 수행을 통해 해탈을 추구한 ‘슈라마나’다. 불교는 이 가운데 슈라마나 전통에서 출발했다.
부처는 신의 뜻을 대신 전하는 중개자가 아니라 스스로 수행해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었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 역시 같은 길을 걷는 수행자였다. 한문 불교에서는 이들을 ‘사문(沙門)’이라 부른다. 사문이라는 말에는 불교가 어떤 종교인가를 규정하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복을 구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기 성찰과 수행을 통해 인격적 완성과 해탈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출가 수행자는 이 길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이들이다. 재가 신자들은 이들의 수행을 존경하고 따르며 불교의 가르침을 이어간다. 수행자의 삶은 개인의 구도에 그치지 않고 불교라는 전통이 세상에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는 셈이다.
조 전 기자가 오랜 취재 끝에 만난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엮은 『은둔』은 이러한 수행의 의미를 오늘의 현실에서 돌아보게 한다. 출간 직후 종교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에 대한 관심은 세속의 욕망과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삶의 본질을 묻는 수행자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그들의 삶은 종교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불교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되찾아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열린논단은 이번 만남을 통해 수행자들의 삶을 단순한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교의 본래 정신을 되살릴 길을 함께 모색할 계획이다. 공부하고 토론하기 좋은 계절, 수행자의 얼굴을 통해 불교의 오늘과 내일을 묻는 자리에 관심 있는 이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문의=불교평론 편집실(02-739-5781)